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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째,
달라진 병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두 달째를 맞으면서 1년 내내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던 대형병원들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치료 위주로 재편되고
경증환자들은 병·의원급으로 옮겨가면서
병동을 오가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은 전공의 이탈 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우선 각 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 돌입, 직원 무급휴가·희망퇴직, 병동 통폐합, 마이너스 통장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손실을 줄이려 부심하고 있다.
병원들이 수술과 입원 등으로 운영하던 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의료 공백 상황이 길어지면서 '빅5' 병원 가운데
이미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상황이 이대로 지속되면 병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하지 않은 병원도 경영 효율성을 높여서 비상경영체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초기의 혼란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환자들의 불안과 남은 의료진의 피로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 수 감소로 수입이 크게 줄어든 수련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무급휴가와 희망퇴직, 병동 통폐합 등 여러 방식으로 손실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 일정에 차질이 생긴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매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원래 3주마다 치료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4주 만에 받게 됐다"며
"사태가 길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쉰 환자도 있었다.
20대 아들의 투석 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을 찾는다는 한 60대 보호자는
"투석 환자의 경우 주치의가 소소한 것들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전공의 파업 이후로는 매번 다른 교수들이 와서 내가 세세한 내용을 다시 설명해줘야 한다"
며 고충을 털어놨다.
현장에 남은 의료진 대부분의 피로감도 극심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전문의들의 피로도는 거의 한계치에 도달했다.
"버티고 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전공의,
"수술도 많이 들어가야 하고, 봐야 하는 외래 환자 수도 늘어서 1인 2∼3역을 하고 있다. 퇴근만 제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었다.
병원 인근의 식당과 약국, 상점들도 큰 타격
삼성서울병원 인근 한 의료기 업체 관계자는
"전공의 이탈 직후에 매출이 절반 정도 줄어서 지금까지도 그대로다"라며 "임대료는 같은 상황에서 손해가 큰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삼성서울병원 근처의 음식점은 늘 북새통을 이뤘으나, 병원 손님들이 뚝 떨어지며 울상을 짓는 곳도 있었다.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에 입주한 상점의 직원 역시
"평일에는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 주말에는 3분의 2 정도 환자들이 줄어든 것 같고 매출도 그만큼 줄었다.
환자들도 나름대로 타격이 크지만 관련 업체들의 타격도 크다"며
"대책 없이, 느닷없이 벌어진 상황인 데다 앞으로 대책도 안 보인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