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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모비딕을 선물했을까요?
아마 그 일면에는 모비딕 한 권이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모비딕은 상당히 긴 장편소설입니다. 우리 말로는 흰 고래를 뜻하는 '백경'으로 번역되었습니다. 영어 원서만으로도 600페이지가 넘고 모비딕 한 권에 서양 고전이 약 200편 담겨 있는 엄청난 고전입니다. 전통적으로 서양에서는 고전들을 많이 담을 수록 그러한 고전을 명저로 손꼽습니다.
단테의 신곡이 그러한 책이었습니다. 수천 년간 이어져온 고전 수백 권의 내용을 한 책에 담았습니다. 그만큼의 노력과 열정이 들어가 있다고 보는 거죠.
모비딕 역시 그러한 작가의 배경과 욕심이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성경을 비롯하여 실낙원, 찰스 다윈의 작품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작가가 그만큼 많은 책을 접하고 나서 이 책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익스피어의 문장들이 곳곳에 들어 있는데 작가의 지적 호기심과 고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잘 묻어나 있습니다.
모비딕에 숨겨진 또 하나의 브랜드, 스타벅스
전 세계에서 가장 회전율이 빠르다는 시장이 한국일만큼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 깊게 파고 들었습니다. 이 스타벅스(Starbucks) 브랜드가 바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1등 항해사 ‘스타벅’에서 왔습니다.
이 것은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가 직접 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에서였다고 밝힌 바 있죠. 1등 항해사 스타벅은 굉장히 차분하고 소위 중용의 멋을 지킬 줄 아는 뱃사람입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차분히 마시는 선원,
어찌보면 잘 어울릴 법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이면에는 하워드 슐츠가 탐독한 책이 바로 모비딕이었다는 사실이죠.
실제로 성경 문화권에서 유럽인들은 성경 다음으로 단테의 신곡을, 미국인들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꼽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다른 책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은 세이렌,
이 역시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고전 오딧세우스를 유혹하는 여신으로 등장합니다.
작가 허먼 멜빌은 누구인가?
실제 허먼 멜빌이 이 책 ‘모비딕’(Moby-Dick)을 처음 출간했을 때인 1851년에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소설의 진가를 몰랐던 셈이죠. 1819년 생인 멜빌이 32세에 출판했다는 사실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젊은 친구가 고래나 고전 문학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하지만, 그의 진가는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재조명 되었습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된 1919년, 우리나라에서는 3.1 운동이 일어난 그 해에 미국 작가 칼 반 도렌이 모비딕을 미국 낭만주의의 최고봉이라고 책을 소개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모비딕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허먼 멜빌에 대한 여러 평론들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멜빌의 이 책은 정말 사람들에게 큰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죠.
특히 모비딕은 19세기 미국 소설의 걸작이란 평가와 함께 영국의 소설가인 서머셋 모옴 역시 세계 10대 소설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많은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폭넓게 읽히게 됩니다.
물론 1950년대부터 영화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만큼 모비딕이 끼친 오마쥬는 굉장했습니다.
모비딕의 1장에서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고래의 서식 환경, 해부학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와 고래가 어떻게 진화하고 화석에서의 고래 등을 다룹니다. 심지어 고래잡이의 역사와 당시의 기술, 장비 등을 일일이 기술하죠. 멜빌은 이 내용을 순수하게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찾아냈다고 합니다. 멜빌은 도서관의 책에서 파묻혀 살면서 찰스 다윈을 비롯해 여러 고전들을 탐독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모비딕을 완성했죠.
그 다음장 부터는 해양 소설인 동시에 이제 서양의 각종 고전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대놓고 등장하지 않고 서양 고전에 쓰였던 명문장들이 튀어나오거나, 아! 이 대목이구나! 느낄 정도의 묘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멜빌의 모비딕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아이네이스처럼 서양인들의 책에 대한 역사의 시초를 언급합니다. 멜빌은 여기에 덧붙여 자연과학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자연관에 대한 인간의 탐구,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진화론과 자연 생태의 관점에서 언급합니다. 중간중간에 계속 세익스피어의 문장들이 숨어져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만큼 독자의 흥미를 이끄는 책이 바로 모비딕이었습니다.
19세기 미국의 고래잡이 산업은 그야말로 초대형 호황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고래잡이 배들이 지금처럼 현대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거대한 고래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곤 했죠.
그래서 그중에서도 악명 높았던 고래 ‘모카 딕(Mocha Dick)’에 대한 이야기가 잡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고래잡이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끔 소설과 신문에 등장했고 멜빌은 이런 책과 잡지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실제 존재했던 난폭한 고래
특히 1820년 포경선 에식스호(Essex)가 거대한 수컷 알비노 향유고래 모카 딕에게 공격당해 침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들이 죽었는지를 당시 기사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향유고래는 두 번의 박치기로 에식스 선체에 구멍을 내면서 238톤의 에식스호를 단 10분 만에 침몰시켰다.
이 포악하고 거대한 모카딕이란 흰색 알비노 향유고래는 두려움이 없었다.
일반 고래는 포경선만 보면 피하거나 숨기 바쁜데 이 거대한 녀석은 매우 난폭하게 고래잡이배와 선원들을 공격하였다. 1838년, 드디어 이 고래가 잡혔다.
몸에는 19개의 작살이 꽂혀 있었고 엄청난 양의 고래기름이 나왔다."
모비 딕은 바로 길이 26m, 몸무게가 80톤이 넘는 이 유명한 모카딕(Mocha Dick)이란 거대한 흰 고래를 보고 멜빌이
시킨 고래의 이름이었습니다. 딕 이라는 표현은 거대한 놈, 대물이란 영어의 속어 격이죠. 우리도 선원들 사이에서나 낚시꾼들은 대물이란 표현을 많이 씁니다.
이 포경선 침몰 사건은 모비딕이 쓰이기 30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멜빌은 겨우 1살 때였죠.
멜빌이 나중에 이 책과 서양 고전들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다독을 통해 한때 고래잡이에 참여했던 선원으로서 멜빌은 자신의 직, 간접 경험을 통해 이 위대한 모비딕을 완성해 냈습니다.
모비딕에 숨겨진 위대한 고전
모비딕에는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그리스 고전, 성경, 셰익스피어, 존 밀턴, 다윈 등 서양 고전을 창작해 낸 여러 문구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모비 딕은 단순한 고래잡이 책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미국인들에게 지식 유산으로서 미국인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섭렵하고 남을 정도의 내용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책 모비딕 한 권을 필사함으로써 실제 영어 글쓰기의 교과서가 될 정도였습니다. 모비딕을 쓴 당시 허먼 멜빌의 나이는 고작 32세였는데 그가 이처럼 대작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다독의 효과임은 틀림없습니다. 분량과 문체에서 변조가 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면에서의 문체를 접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비 딕은 거대한 ‘고래학’에 대한 백과사전과 같은 책입니다.
심지어 이 책은 도서관에서의 필독서인 고전 성격보다는 처음에는 수산업 가공업자나 고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에게 더 많이 팔렸습니다. 그들의 책상에 놓인 교과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만큼 고래의 생태 활동, 고래잡이에 관한 기술, 심지어 고래를 잡고 나서 고래 고기에 대한 처리와 가공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고래학의 교과서였습니다.
멜빌은 모든 문헌을 뒤져 방대한 논문을 만들어놓은 셈이죠.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스마엘이다.
첫 문장에 모비딕은 충격적인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미국 문화권에서 이 선언적인 문장을 하는 경우에 사람들은 모비딕을 즉각 알아챕니다. 그리고 흥미롭게 쳐다봅니다.
이 말은 주류 사회에서의 기독교 사상을 벗어나 나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입니다.
성경에서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아들입니다. 다만, 부인 사라의 자식이 아니라 사라의 하녀였던 하갈의 아들입니다. 이스마엘은 오히려 이슬람교의 조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독교적 시각에서는 이스마엘은 뿌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기독교 시각에서는 다른 문명은 우상 숭배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중심의 기독교 문명은 자연주의 문명이 어리석게 보일 수도 있었겠죠.
이러한 부분들을 선장 아합과 주인공 이스마엘을 통해 당신들이 갖고 있는 믿음은 무엇인가?를 제시합니다. 19세기 당시 고래잡이 산업으로 큰 부가 미국으로 몰려들고, 자본주의와 노예 제도가 충돌하며 당시 미국을 세운 청교도인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기독교인으로 변하는 과정 등을 자조감 섞인 감정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 정도는 읽어야 앞으로 살아가는데 충분한 지식과 편협되지 않은 지적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이유야 어떻든 간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소개했든 아니든 간에
우리에게 한동안 잊혀졌던 위대한 고전작품이 유명인에게 소개되어
사람들에게 다시 읽혀진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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