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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에서 흑연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광물질이 되었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
FEOC는 "우려대상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혹은 FEOC)의 줄임말이다.
이 기업에서 생산되거나 처리 또는 추출한 중요한 광물 또는 배터리 구성 요소가 포함된 차량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했다.
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이 해당된다.
FEOC에는 중국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회사가 포함될 것임은
이 IRA 법안에서 이미 고려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추가지침도 마련되었는데 FEOC의 범위를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특정 국가(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의 정부에 소유, 통제되거나, 관할권이나 지시를 받는 모든 외국 기업”을 포함한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외에도 늘 미국의 견제와 제재 대상 국가로 보면 된다.
흑연 등 핵심 광물을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조달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현대차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유독 흑연을 꼭 집어서 거론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 천연 흑연 수입 의존도(2023년 1~9월 기준)는 97.7%,
인조 흑연 수입 의존도는 94.3%에 달한다.
사실상 100%에 가깝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2022년 전 세계 구형(spherical) 흑연의 100%와 합성 흑연의 69%를 정제·생산했다"
면서 “다른 국가들이 단기에 중국을 대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시적으로 원산지와 무관하게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명단을 도입하고
이 명단에 흑연도 포함해달라고 제안했다.
흑연이 중요한 이유는 배터리 안정성 때문이다.
흑연은 에너지 용량이 크고 안정성이 우수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음극 소재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광물이다.
원가 기준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약 15%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함유량을 기준으로 하면 단일 광물로는 가장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20~30%가 흑연으로 구성돼 있다.
전기차 한 대에 평균 50~100kg의 흑연이 들어가는데 이는 리튬의 약 두배에 해당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에너지 저장을 위해 필요한 광물 전체 수요를 100이라고 할 때
이중 흑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3.3%에 달한다.
흑연을 대체할 음극 소재 물질로 실리콘, 리튬금속 등이 개발중이지만
극히 일부만 사용되거나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실리콘의 경우도 5~10% 정도만 음극에 쓰이고 나머지는 역시 흑연이 사용된다.
앞으로 상당 기간 글로벌 공급망의 관점에서,
흑연은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중요 핵심 광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조흑연이냐? 천연흑연이냐?
흑연은 크게 천연 흑연과 인조 흑연으로 구분된다.
천연 흑연은 우선 자연 상태의 흑연을 채굴한 후 선광작업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한다.
다시 세척, 탈수, 건조, 탈철 등의 과정을 거쳐 동글동글한 구형 흑연을 만든다.
구형 흑연에 표면 코팅과 고온 소성을 통해 고순도 흑연을 만든다.
인조흑연은 석탄이나 석유의 부산물인 콜타르(coal tar)를 주원료로 한다.
콜타르를 코킹(coking·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가열해 휘발성 물질을 제거하는 공정)해 탄소로 이루어진 침상 코크스(needle cokes)를 제조한다.
침상 코크스를 분쇄한 후 약 3000도의 고온에서 열처리하면 인조 흑연이 만들어진다.
이후 표면 코팅 등의 과정을 거쳐 인조흑연 음극재가 된다.
제조공정이 더 복잡하기 때문에 인조흑연이 더 비싸다.
그만큼 품질이 더 우수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 생산량에 있어서도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은 8:2 수준이다.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은 상호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전기차의 특성과 용도에 따라 천연 흑연과 인조 흑연을 적절 비율로 혼합해 사용한다.
전반적으로는 인조 흑연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인조흑연 생산량도 2018년 70%에서 2022년 81%로 늘었다.
천연흑연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26%에서 18%로 감소했다.
대부분 인조흑연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2023년 12월부터 흑연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다행히 한국에 대해서는 수출을 허가해주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중국 내 재고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의존도는 90% 이상이라,
중국으로부터 흑연을 들여오지 못하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치는 영향 때문에
국내 배터리 산업이 마비될 정도다.
국내 유일한 흑연계 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퓨처엠은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구형 흑연을 들여와 표면 코팅 등 재가공해 국내외 배터리 기업에 공급해 왔다.
이와 별도로 제철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콜타르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인조흑연을 생산하고 있다.
인조흑연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흑연 자립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 생산 규모가 많지 않다.
단기간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을 대체할 만큼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아직 흑연의 자립도는 멀었다.
포스코 그룹의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향후 중국 외 광산 지역에서 9만톤 이상의 인상흑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흑연은 국내 포스코퓨처엠에 공급돼 음극재로 재가공될 예정이다.
과거 중국이 흑연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흑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폐수 등이 발생하면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소 이 환경문제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부분이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흑연 시장을 독점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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